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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시742,207 POSTS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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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ser Image yeonju.eplw Posted: Feb 20, 2018 6:00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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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출근하자마자 2018년에 접어든 이후, 쉰두 번째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. 이례적인 일이었다. 항상 퇴근하기 직전에 볼펜을 잡는 것이 오래됀 규칙이건만. 오늘만은 금기를 깨기로 했다. 어쩌면 특별한 날이 되길 은근히 바랬는지도.

그 대가로 같은 시간에 출근한 이대리에게 '팀장님, 애인이랑 기념일 세시는 거예요? 어머 낭만이시다.'하는 눈치 없는 오지랖과, 곧이어 '애인은 무슨. 선 볼 날짜나 세는 거겠지.'하며 자지러지게 웃는 부장의 돌같은 말들을 벙어리 개구리처럼 얻어맞았다. 오늘은 평소보다도 특출나게 역겨운 날이 될 것이 분명했다.

거기다 대고 이건, 내가 살아있는 날을 기록하는 거예요. 죽지 못하고. 실패한 날이요. 하면 분명 난리가 나겠지. 한껏 일그러질 표정을 상상하다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나왔다. 다행히 아차, 할 틈도 없이 곧바로 회의실로 달려가야 했다.

또 하루를 살아냈다. 상사를 보내고(제 알아서 칼퇴하긴 했지만.), 나는 곧 퇴근할 것처럼 열연하며 부하직원들의 손에서 엉거주춤 일거리를 놓게 한 뒤에서야 겨우 혼자가 되었다. 그나마 하루 중에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. 진짜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밤이었다. 습관처럼 네 가지 색이 한데 있는 볼펜의 빨간색을 누르며 달력을 펴고 나서야 알았다. 특별하기 위해 미리 동그라미를 그렸다는 것을. 새삼스러운 외로움이었다. 탁상형 달력을 눕혀놓고 사무실을 나섰다.

나는. 순간. 호흡이 몇 초간 멈추는 기분을 느꼈다. 발치에 꽃들과 까만색으로 포장된 무언가가 걸렸기 때문이다. 꽃다발 안에는 '축하해.'라고 적힌 카드가 숨어있었다. 뒷면에는 절대 잊히지 않을 이름 세 글자가 또박또박 눌러 적혀있었다.

내가 이 시간에 혼자 사무실에 있는 걸 아는 사람. 나의 생일을 아는 사람. 내 삶에서 '생일'이라는 단어 안에 '생'의 의미를 아는 사람. 그리고..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.

포장지를 뜯으니 '살아있는 무덤의 이름은 그리움이었다.'라는 시집이 있었다. 촌스러운 빨간 장미와 시집이라니. 역시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었다.

내가 전화를 걸자 그는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받았다. 그 때의 나는 혈액을 뿜어내는 시끄러운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. 아. 살아있구나.

#글 #글스타그램 #생일

이번 생일 첫 선물은 기형도 전집. 아주 행복해
happy birthday to me
User Image dazzling_terminus Posted: Feb 20, 2018 6:00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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흔적도 없어서 부풀리게 되는. 근데 부풀리는 건지 사실인건지.
#이어령 #시
User Image 7sumin Posted: Feb 20, 2018 5:53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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7sumin 10m ago
난 감정이 극에 달하면 오직 그 감정에만 집중하게되고 아무런 여유도 없어지더라.
User Image b_aiv Posted: Feb 20, 2018 5:53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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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ser Image lovelovejunghee Posted: Feb 20, 2018 5:51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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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ser Image skeaysssss Posted: Feb 20, 2018 2:27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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)
눈부신 태양보다
은은한 달이
여운을 주기엔 충분하지 않을까요

당신은 은은함이라
존재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에요

밝아지려 애쓰지 말아요
User Image justaname_o Posted: Feb 20, 2018 5:49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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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ser Image _emelmuziro__ Posted: Feb 20, 2018 5:37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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.
연애든, 친구든,
서로의 부족한 부분을
조금씩 채워줄 수 있는 사람
.
너, 그래서 우리
User Image kwondoy_ Posted: Feb 20, 2018 5:37 PM (UTC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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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
당신과 하나로 포개져 서로의 중심이 만나야 사랑이라고 생각했다
서로의 모양과 온도와 색깔은 상관없이
.
.
#생각#글#시#책#책스타그램#달#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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